제주항만청 제주항 관리계, 오는 25일까지 11부두 비워줄 것 '통보'
해수부 남해어업관리단 "부두 지어주고 그랬는데 이러는 게 맞나" 울분

해양수산부 소속의 남해어업관리단에서 운용하고 있는 어업지도선(불법조업 단속 선박)들이 조만간 정박할 항구가 더 줄어들어 떠돌이 신세에 놓이게 됐다.

올해 1월 3일에 제주항만청(제주항 관리계)은 현재 제주항 제11부두를 선석으로 사용하고 있는 해수부의 지도선을 오는 25일까지 모두 빼고 비워줄 것을 통보했다. 각종 물류선박들이 접안할 선석이 부족해 제주항의 제일 끝자락 부두인 11부두까지 물류항으로 써야겠다는 것이 제주도의 요구다.

제주항이 제주도청 것이어서 빼달라고 하면 빼줄 수밖에 없는 노릇이어서 해수부 남해어업관리단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사실 남해어업관리단이 사용하고 있는 제11부두는 임시 사용부두인데다가 제주항이 무역항이어서 제주항만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남해어업관리단의 무궁화 18호 지도선. 제주항의 제일 끝자락인 11부두를 선석으로 이용하고 있다. 제주항만청은 오는 25일까지 11부두에서 나가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뉴스제주

상황은 이해되지만 불만이 없을 수 없는 해수부 관계자는 "(국비를 동원해)부두도 지어주고 그랬는데 이래도 되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재 남해어업관리단에서 운용 중인 지도선은 모두 10척으로, 500톤급의 6척은 2부두에 접안하고 있으며, 나머지 1000톤급 4척은 11부두를 이용하고 있다.

2부두에 접안 중인 6척의 지도선은 3척씩 2교대로, 11부두를 사용 중인 4척의 지도선은 2척씩 2교대로 정박하고 있다. 이들 지도선들은 한 번 나가면 평균 8∼10일 정도를 바다에서 24시간 지낸다. 남해 관할구역을 침범해 불법조업하는 타 국적(주로 중국)의 어선들을 단속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조직이 개편되면서 활동영역이 12만 6000㎢로 27%가량 넓혀졌다.

하지만 실상은 지도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18일 오전에도 임무를 마치고 11부두에 접안한 지도선은 1척 뿐이었다. 나머지 1척이 접안해야 할 공간엔 다른 민간선박이 들어서 화물을 한창 싣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임무를 마치고 접안하려는 다른 지도선은 앵커리지(닻을 내려 바다 한가운데 정박시키는 곳 따위를 말함)에 대기하고 있거나 여수항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허나 여수항도 상황은 제주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해수부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여수엑스포항 2부두에 접안하고 있지만 이곳에서도 마리나항 사업을 이유로 나가라는 상황이다. 여수항 측에선 신북항이 오는 2020년에 준공될 예정이니 그 때까지 참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동해나 서해는 어업지도선을 위한 전용 선석이 마련돼 있다. 유독 남해만 상황이 어렵다.

제주자치도는 신항을 계획 중에 있지만 워낙에 큰 공사라 더 먼 미래 얘기다. 이에 제주자치도는 오는 2020년까지 화순항을 준공해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에 화순항 실시용역 설명회가 열렸다.

배가 있어도 접안할 곳이 없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자, 해수부 노조 측은 18일 세종시에서 열린 정부업무보고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제해결에 나서달라고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제주항 제11부두에 접안 중인 남해어업관리단의 어업지도선 무궁화 18호. ⓒ뉴스제주

한편, 당초 제주항만청은 오는 23일까지 11부두를 비워달라고 요구했지만 당일 접안하기로 했던 화물선의 일정이 연기되면서 25일로 '데드라인'이 늦춰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25일까지 비워달라는 것도 늦춰질 수 있다"며 "화순항이 지어질 때까지 기다릴수도 없어 8부두를 임시로 쓰라고는 하는데 크루즈가 들어서면 다시 또 빼줘야 해서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만청은 당장 갈 곳 없는 남해어업관리단의 지도선을 위해 임시로 제주항 8부두(크루즈 전용부두)로 접안할 것을 제안했다. 허나 한·중 관계가 회복되는 상황이어서 올해 예정된 700여 항차에 달하는 크루즈 선박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하거나 바다에 떠 있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에 해수부 관계자는 "현재도 4∼5척 정도가 바다에 떠 있는 상황이어서 한 번 나가면 한 달에 2번 정도만 집에 들어가는 꼴"이라며 "8부두에서도 나가고, 내년에 2척 정도가 더 들어올 예정이라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어가는 상황이 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 문제 때문에 매달 관계 부서와 협의는 벌이지만 뾰족한 답이 없어 빼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화순항이 개방된다해도 (제주시에 집이 있는)직원들은 불편하겠지만 먼 길을 돌아 출근해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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