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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지혁 기자 = "이번 여자 아이스하키는 우리 선수단 23명을 유지하고 (북한 선수를) 플러스 알파로 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아이스하키는 2분 간격으로 교체되는 특성이 있어 선수들이 출전을 못 하거나 배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도종환(6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5일 국회 평창 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특위에서 추진 중인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관련, "북한을 참석시키기 위해 피땀 흘려 노력한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박탈당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 이렇게 답했다.

같은 날 문체부 관계자도 "아이스하키 종목 특성상 1~2분 간격으로 선수가 교체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받는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주무 부처와 주무 부처 수장의 답변이 엉뚱하다. 스포츠, 특히 아이스하키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듯하다.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의 엔트리는 23명이다. 정부는 기존의 한국 선수들을 모두 남기고 북측 선수를 추가해 '23+α'로 단일팀을 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참가국들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엔트리는 22명이다. 몇몇 한국 선수들이 경기에서 빠져야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출전한다고 해도 빙판에 서 있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 뻔하다.

15년 가까이 스포츠 현장을 누빈 정우영(43) SBS스포츠 아나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체부 관계자라는 분이 아이스하키라는 종목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다 보니 이런 무지한 이야기를 용감하게 내뱉을 수가 있다"며 "선수를 1~2분마다 교체하는 이유는 체력 때문이다. 교체도 전술이고 어떤 라인을 어떻게 투입하는지도 감독의 작전이다. 교체를 막 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보여주기 위한 단일팀 구성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만 바라보며 땀과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이겨낸 젊은 여자선수들에게 몹시 가혹한 처사라는 목소리가 높다.

다른 팀스포츠 종목 관계자도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입상권 종목이었다면 개막을 한 달도 안 남기고 정부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겠느냐"며 "남북 평화 조성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결국 여자 아이스하키가 만만한 것이다. 선수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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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지원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도종환(오른쪽)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개최 준비 최종점검을 위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왼쪽은 최문순 강원도지사. 2018.01.15. yesphoto@newsis.com

단일팀이 평화를 상징하고 새로운 역사를 쓴다는 점에서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과 대회 흥행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것에 토를 다는 이들은 없다. 하지만 개막이 임박한 이때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정부의 일방통행에 희생되고 있는 모양새는 곤란하다.

정부가 치적 쌓기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유승민(36)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은 SNS에 "'올림픽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고 나 또한 이 말을 항상 되새기며 활동한다. '최소한 선수단과 소통은 먼저 돼야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선수들은 미디어의 인터뷰 요청을 매우 조심스러워하며 속앓이 중이다. 자칫 자신들의 발언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아이스하키 전용 링크 건설, 실업팀 창단 등 '당근'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식을 가지고 성실히 노력하는 사람이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바른 사회라는 것은 초등학생도 안다.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그동안 열심히 하면 국가대표가 되고,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는 건전한 상식과 목표를 가지고 땀을 흘렸다.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IOC 주재 남북 체육 회담을 통해 단일팀 문제가 최종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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