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성산읍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난 6일 서울로 올라가 광화문 광장에서 제2공항 건설 반대 시위를 전개했다. ⓒ뉴스제주

줄다리기 경기를 벌이면 힘이 센 쪽이 이기는 건 당연하다. 요령이고 뭐고 없다. 한 쪽 수가 조금 적더라도 건장한 체구 선수가 몇 명 더 포함돼 있는 쪽이 무조건 이긴다.

때문에 체구가 좀 작아보이면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더 보태야 승산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 사태처럼 국가와 국민의 줄다리기에서 힘이 약한 쪽이 이기려면 압도적인 숫자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

국가 주도의 대형 국책사업도 마찬가지다. 제주 제2공항의 문제는 과거 제주해군기지 사태처럼 국가의 힘이 워낙 강해 주민들이 아무리 뭉쳐도 이기기 힘든 케이스다. 허나 지금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국가의 힘이 약해진건지, 국민의 힘이 강해진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과거엔 슈퍼 헤비급 대 울트라 라이트급 경기였으나 지금은 조금 체급차가 적어진 느낌이다. 이는 국민의 수준이 그만큼 높아져서다. '모든 국가는 그 국민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대로 현재의 국민은 과거완 다르다.

정부도 수준이 높아졌다. 무턱대고 밀어붙였던 과거와 달리 대화와 타협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아직도 일부 영역에선 과거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는 장면도 더러 연출되고 있다. 단적으로 비유를 들면, 국토부는 대화에 나서고 있지만 국방부는 막무가내다. 강정마을을 대상으로 한 구상권 청구 소송을 철회하면 평가가 달라질 순 있겠다.

사실 여부를 떠나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사전타당성 용역에 여러 의혹들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국토부가 반대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허나 얘기만 들어주는 것으로 끝내면 생색내기일 뿐일 터다. 얘기를 들었으면 무언가 액션이 취해져야 할 터. 그래서 국토부는 반대 주민들(성산읍대책위원회)이 요구한 사전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시행하기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뒷끝이 남는다. 아무런 부대조건 없이 깨끗하게 수용했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테지만 국토부는 꼭 토를 달았다.

성산읍대책위는 타당성 재조사 용역을 먼저 시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기본계획 용역의 발주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지만, 국토부는 타당성 재조사 용역과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을 하나의 용역으로 묶어 동시에 발주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양자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번엔 성산읍대책위에서 국토부의 입장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국토부가 조건을 단 만큼, 성산읍대책위에서도 조건을 달았다.

타당성 재조사를 수행할 용역업체는 조사만 하도록 하고, 조사결과에 대한 판단은 '검토위원회'가 하도록 했다. 검토위원회는 500명의 제주도민으로 구성하고, 국토부와 성산읍대책위에서 각각 5대 5의 비율로 검토위원을 추천하도록 명시했다. 또한 용역기간도 국토부가 내밀었던 3개월보다 좀 더 긴 최소 6개월 동안 시행할 것도 덧붙였다.

이에 국토부는 고심이다. 지난 12월 7일 마주한 협상테이블에서 국토부는 성산읍대책위가 제시한 협상안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성산읍대책위는 국토부가 돌아가서 협의해 보겠다고는 했지만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국토부가 성산읍대책위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타당성 재조사 용역결과를 국토부 수중에서 컨트롤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다시 국토부에선 부분 수용내지는 조건부 수용하게 될 것으로 점쳐지지만, 이제 와서 타당성 재조사를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일 국토부가 제안을 거절하면 제2공항 건설 반대주민들과의 갈등은 해소되지 못하고 제2공항 건설계획은 계속 늦춰질 수밖에 없다. 예전보다 건강해진 사회에서 아무리 국책사업이라해도 이젠 과거처럼 무턱대고 밀어붙일 수 없다. 다수 국민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정권을 교체한 문재인 정부가 위기도 맞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줄다리기가 한 발 내어주고, 다시 한 발 당겨오는 식의 '밀당'으로 전개되고 있다. 친선경기에서도 밀당은 있을 수 없는 것이 줄다리기 경기다. 전시 상황을 제외하고 국가는 국민을 이길 수 없으며 이겨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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