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익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왼쪽)와 18일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의 현우범 위원장. ⓒ뉴스제주

'아니나 다를까' 인사청문회 무용론이 또 제기될 수밖에 없는 결과가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는 18일 김태익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농수위는 김태익 예정자에 대해 "사장의 역할을 수행하기엔 다소 미흡한 것으로 사료되나, 경영자로서의 의욕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보여진다"며 사장 임명에 동의했다.

이날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본 이라면 누가봐도 '부적격'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과는 '적격'이었다.

언제인가부터 인사청문회 심사경과 보고서엔 '적격, 부적격' 용어가 명시되지 않고 있다. 이는 도의회가 그만큼 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도의회에서 '부적격'이라고 명시한다고 한들 그 결과와 상관없이 제주도지사가 예정자를 사장에 임명할 수 있어서다. 단, 행정부지사에 대한 인사청문은 제외.

의회에서 '부적격'이라고 명시한 예정자를 도지사가 임명해버리면 인사청문회 자체가 무시당한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과거 이성구 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에 대한 인사청문에서 '부적격'하다고 판단됐지만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임명을 강행했다.

이를 두고 말이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이성구 사장은 자신의 과오로 낙마해야 했다. 현재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의 공백기간이 무려 5개월을 넘은 상황임을 고려하면, 도의회에서 '부적격'으로 판단한들 원희룡 지사가 임명을 강행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김태익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시작도 하기전부터 '무용론'이 제기되거나 '별 다툼이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게다가 김 예정자는 전력계통 한 분야에서 무려 40여 년 간 일해 온 경험과 노하우가 있어 '무난한 인사청문'이 될 것으로 예견됐다.

허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김 예정자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에 앉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의원들이 물어보는 족족 "검토하겠다"라거나 "협의해서 추진하겠다" 등의 앵무새 같은 답변만 반복될 뿐, 40년 경력이라는 전문가적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또한 자기논문 표절 시비도 불거졌다.

이에 이날 인사청문을 진행한 도의회 농수위는 김 예정자를 두고 "CEO 경험이 없어 제주에너지공사에 산적한 현안과 문제해결, 조직의 안정화, 공사의 역할과 기능을 신속히 파악하고 개선방안과 주요 정책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미흡해 보인다"고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에 명시했다.

또한 "에너지공기업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이끌어야 하는 중요한 위치인데, 전력계통 분야의 경험과 기술은 풍부하나 리더쉽과 의사결정 능력의 경험이 전무해 제주의 에너지 정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야 할 사장의 역할을 수행하기엔 다소 미흡한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허나 곧바로 농수위는 "...사료되나, 한국전력공사에서 재직하는 동안 얻은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제주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전문적이고 주도적 운영이 기대된다"고 적시했다.

이어 "추진의지가 강하고 직원과의 소통 및 혁신을 통한 조직의 안정화 등 경영자로서의 의욕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결정했다.

'말장난'처럼 읽혀지는 이 보고서는 앞과 뒤 내용이 전혀 상반된다.
리더십 자질이 미흡해 보이는데 '주도적 운영이 기대된다'고 표현한 것부터 이해되질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날 인사청문이 통과된 것에는 '추진 의지'에 따른 '의욕'만이 남는다.

김 예정자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을 맡아도 되는 이유보다는 부적합한 이유가 훨씬 많이 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통과됐다.

이 때문에 이날 인사청문에 나섰던 일부 도의원은 "답변이 이런데 무얼 질문하겠느냐"며 "그냥 임명해버리면 되지, 이럴거면 의회에서 왜 청문회를 하는 거냐"고 자조섞인 불만을 표출했다.

이러한 결과는 도지사가 인사청문 결과에 상관 없이 임명할 수 있다는 현 인사청문 제도의 맹점 때문이다. 이는 행정부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인사청문이 법적 효력을 갖고 있지 않아서인데, 제주특별법에 이를 반영해 법적 구속력을 확보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다.

결국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인사청문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요식행위로 전락돼 버렸다. 이러한 결과는 도내 출자·출연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하겠다고 원희룡 지사가 응수할 때부터 우려된 문제였다.

헌데 애초 이러한 인사청문을 실시해야 한다고 했던 건 다름 아닌 제주도의회였다. 이제와서 인사청문을 안 하겠다고도 할 수 없으니 현재의 인사청문회는 '계륵'과 다름 없다. 오히려 도의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상황에서 제일 반전일 수 있는 건, 원희룡 지사가 김태익 예정자를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에 임명하지 않는 것이다.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임명을 철회한다면 제주도의회는 거수기가 되고 만다.

모양 빠져도 제일 좋은 방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질 때까지 도내 출자·출연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를 무기한 연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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