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 농수위 의원들, 김태익 에너지공사 예정자 답변에
"전혀 공부 안 하고 온 것 같다" 성토... "이럴거면 인사청문 왜 하나" 자괴감도

제주에너지공사 제3대 사장으로 예정된 김태익(62) 두산중공업 기술자문의 '앵무새' 답변에 인사청문에 나섰던 제주도의원들이 분통이 터졌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는 18일 제350회 임시회 폐회 중 김태익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했다.

이성구 전 사장이 지난해 11월 중순께 사임하면서 5개월 넘게 공석 상태에 놓여있는 제주에너지공사다. 그만큼 이번 인사청문은 오랜 공백기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가벼운 '요식행위'에 머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기우였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김태익 예정자는 40년간 전력산업에서 전문적 지식을 키워왔다는 세간의 평가는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 김태익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 ⓒ뉴스제주

김 예정자가 의원들의 지적에 무엇하나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자 "공부를 전혀 안 하고 온 것 같다"라거나 "이럴거면 인사청문을 왜 하는거냐"며 자조감 섞인 평까지 내려졌다.

현우범 위원장은 "오늘 모두발언에서 김 예정자가 풍력 위주의 사업에서 앞으로는 태양광이나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대안이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김 예정자는 "구체적 대안을 갖고 있는 건 아니고 여러 전문가들과 학계 자료를 보고 준비해야 한다"며 "풍력만으론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현 위원장은 "구체적 계획 없이 그저 머리에 있는 걸로만 해서 되겠느냐"며 "이 자리는 논문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 사장 맡으면 임기 3년 동안 어떻게 할 것이냐를 묻고 있는 것"이라며 보다 상세한 답변을 요구했다.

허나 김 예정자의 답변은 "일단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을 유지하면서 앞으로의 기술력을 봐가면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 전부였다.

이어 현 위원장은 풍력사업을 두고 "경관문제가 제기돼 이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 않느냐"고 질타했고, 김 예정자는 "필히 해야될 사업"이라고 응수했다.

이에 현 위원장은 "필히 해야될 사업인데 도민사회에선 경관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가겠다는 소신을 밝혀야 하지 않겠느냐"며 즉답을 촉구했다.

김 예정자는 "주민 수용력을 높이기 위해 홍보전략이러던지 주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답했다.

현 위원장이 "그렇다면 주민들이 잘못 판단하고 있어서 설득하겠다는 것이냐"고 되묻자 "그게 아니라 이 사업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재차 현 위원장은 "주민들이 그 필요성을 몰라서 반대하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김 예정자는 말문이 막혔다.

   
▲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현우범 위원장. ⓒ뉴스제주

그러자 현 위원장은 "CEO가 될 사람이 그렇게 판단이 분명하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질타하면서 "풍력발전에 대해 자연환경 훼손 문제를 제기했으면 그에 대한 대안이 나와야 할 거 아니냐. 3년 동안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야 사장으로서의 능력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냐"고 힐난했다.

그럼에도 김 예정자는 "일단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이에 현 위원장은 "그건 총론적인 것이 아니냐. 그 정도는 주민들도 안다. 전문가라면, 에너지공사 사장을 하겠다면 비전이 있어야 하는데 준비 많은 소홀함이 느껴진다"고 질타했다.

이 외에도 현 위원장은 화석연료 발전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현 위원장이 "화석연료 에너지와 관련해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김 예정자는 "제주도 입장에선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김 예정자가 계획을 밝히긴커녕 도정의 입장만을 전하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 하자, 현 위원장은 이를 놓치지 않고 지적했다. 김 예정자는 "검토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현 위원장은 "검토하겠다는 답변은 결정권자가 아닌 일반 공무원들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발언"이라며 "CEO라면 어떻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답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 위원장은 "인사청문 자리는 신상털기가 아니라 사장 자리를 맡겨도 적절한가에 대해 도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가를 알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그런데 답변 들어보면 전문가적 소신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고용호 의원(더불어민주당, 고용호)은 분통이 터진 듯 맹렬한 질타를 가했다.

고 의원은 "사전에 질문지를 전해 준 것으로 안다. 오늘 답변하는 걸 들어보니 전혀 공부를 안 한 거 같다"며 "뒤에 앉아계신 분들도 전혀 검토를 안 한 거 같은데 청문회 자리에 왜 나온 것이냐. 검증 받으러 나온 거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어 고 의원은 "7명 답변이 다 똑같다. '그런 것 같다. 검토하겠다. 그렇게 생각한다. 공감한다'식의 답변으로 응수하는데 대체 뭘 검증하란 말이냐"며 "소신을 갖고 대답해야 하는데 모두 어영부영 넘어가려고 하니 질문할 수가 없다"고 비난의 강도를 더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원들의 숱한 지적에도 도의회 농수위는 김태익 예정자를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에 임명하는 것에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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